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부정직한 청지기의 비유는 모순적으로 보인다. 이 비유는 주인의 재산을 담당하는 청지기가 불의하게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후일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예수는 이 부정직한 청지기의 ‘현명함’을 칭찬하며, 그의 행동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말씀한다. 이 부분이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필자도 상당히 오랜시간 이 비유를 읽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처음엔 도무지 머리와 가슴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경을 해석하고 이해함에 있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도덕이나 가치관을 벗어버려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성경에서 기록된 말씀을 읽는데 오히려 장해물이 되기 때문이다.
장르
본문의 장르는 비유(parables)이다. 복음서에서 예수의 비유는 중요한 영적 진리와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특별한 문학적 장치이다. 비유는 일상적이거나 익숙한 상황을 들어 깊은 영적 의미를 탐구하도록 돕느다. 다만, 비유를 읽고 이해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 비유의 문맥 이해하기: 비유가 위치한 성경의 전후 문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비유 이전과 이후의 내용이 비유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예수가 왜 이 비유를 사용하셨는지, 당시 청중은 누구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비유의 메시지를 더 잘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주요 교훈 찾기: 모든 비유는 핵심 메시지나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비유의 세부적인 요소보다는 전체적인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정직한 청지기의 비유에서는 그의 행동 자체보다는 그 행동을 통해 예수가 전달하고자 하는 ‘세상 재물을 영적인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 문화적 배경 이해하기: 비유가 당시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의 비유는 당시 청중이 잘 알고 있던 일상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 비유의 한계 인식하기: 비유는 간결하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단순화된 이야기를 사용한다. 따라서 모든 세부사항이 꼭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도 있다. 비유의 주된 교훈에 집중하고, 부차적인 요소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개인적 적용 고려하기: 비유를 통해 얻은 교훈을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유의 메시지가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본문에 관해 짧게 정리한 보고서의 길이만 해도 10장이나 된다. 블로그에서는 제한된 시간과 짧은 지면에 이 모든 걸 담긴 어렵다. 그 중 본문을 이해하고 주목해야 할 교훈을 찾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정리를 간략히 진행하도록 하겠다.
구조
1-8절: 부정직한 청지기의 비유
- 1-2절: 주인이 청지기에게 정산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청지기는 자신의 직무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는 청지기가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지 보여주는 서막이다.
- 3-4절: 청지기는 자신의 미래를 계획한다. 체력적으로 일하기 힘들고, 구걸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받아줄 사람들을 만들기로 한다.
- 5-7절: 청지기는 주인의 빚졌던 사람들을 부르고, 그들의 빚을 줄여준다. 이는 그들의 호의를 얻어 미래에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략이다.
- 8절: 주인이 부정직한 청지기의 ‘현명함’을 칭찬하는 부분은 이 비유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주인은 청지기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교활함(영리함, 영악함, 지혜로움)과 위기 관리 능력을 인정한다.
9-13절: 영적 교훈과 적용
- 9절: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해 제자들에게 “불의의 재물로 친구들을 사귀어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처소로 맞아들이게 하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영주할 처소(영원한 처소), 즉 세상 재물을 이용하여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라는 메시지이다.
- 10-12절: 작은 것에 충실한 사람은 큰 것에도 충실하다는 말씀은, 성실성이 크고 작은 일에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것을 강조한다. 진정한 재물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 가치들을 지칭하며, 이에 대한 충성심이 중요하다.
- 13절: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구절은 최종적으로 재물과 하나님 사이의 충돌을 명확히 한다. 진정한 충성은 분할될 수 없으며, 하나님을 최우선으로 섬겨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본문을 향한 질문
필자는 개인적으로 본문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본문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그리고 적용하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1. 모순적이다.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부정직한 청지기의 비유는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 비유에서 예수는 부정직한 청지기가 배임을 하면서 후일을 도모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현명함’, 그의 행동에서 배우라 말씀한다. 이 부분이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 세상적 지혜와 영적 교훈: 이 비유에서 예수는 청지기의 세상적 지혜를 언급하시면서 이를 영적 교훈으로 전환한다. 비유의 포인트는 청지기의 부정직함 자체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위기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한 ‘현명함’을 언급하며, 이를 영적인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물의 사용: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해 재물을 사용하는 방식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세상 재물을 영적인 목적을 위해, 즉 ‘영원한 처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더 큰 교훈: 예수의 주요 메시지는 물질적인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영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구절은 이를 명확히 하며, 하나님과 세상 재물 사이에서의 선택을 강조한다.
이 비유는 당시 청중들과 현대의 독자들 모두에게 도전적이다.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해 재물을 다루는 현명함을 강조하시면서도, 이것이 결코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한다. 영적 교훈으로서, 우리는 세상의 것들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비유의 모순적인 요소들은 오히려 깊은 영적 진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2. 불의한 청지기는 배임죄를 저지른 범죄자이다. 주인의 허락 없이 타인의 재산을 함부로 탕감해주는 일은 옳은가?
그렇다, 부정직한 청지기의 행위는 형법의 배임죄로 간주될 수 있다.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그가 주인의 동의 없이 빚을 깎아주는 행위는 명백히 주인의 재산을 손해보게 하는 행동이다.
형법 제355조(배임)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법적 관점: 형법에서 배임죄는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가 그 재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거나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청지기의 행위는 분명히 범죄이다.
- 비유의 의도: 예수의 비유는 청지기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적 현명함과 영적 깨달음 사이의 대조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전달하고자 한다. 비유의 핵심은 청지기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확보하려 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세상의 재물을 사용하여 영원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청지기의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옹호할 수 없다. 그러나 예수의 비유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더 큰 영적 교훈을 전달하려 한다. 그 목적은 청지기의 부정직함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청지기의 행동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과 그것을 어떻게 영적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본문의 목적
- 세상 재물을 이용한 교훈 제공: 예수는 세상적인 재물과 상황을 사용하여 영적 진리를 가르치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비유를 통해 예수는은 세상 재물을 관리하는 방식이 영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 현명한 재물 사용의 중요성 강조: 부정직한 청지기의 비유를 통해, 예수는 재물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목적과 천국을 준비하는 데 재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 영적 교훈을 통한 도전 제시: 이 비유는 청중에게 도전을 제시한다. 삶에서 재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영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신자들은 재물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을 고려하도록 동기를 부여받는다.
본문의 교훈
- 세상 재물을 영원한 가치에 투자하라: 예수는 세상 재물을 영원한 처소에 이르는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이는 재물이 단지 지금 여기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에서의 가치를 나타내고 영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재물을 이용해 이웃에게 선을 베풀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의 영적 성숙을 증진시키고, 최종적으로는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 신뢰성과 충실함의 중요성: “작은 것에 충실한 사람은 큰 것에도 충실하다”는 예수의 말씀은, 성실함이 크고 작은 일에서 일관되게 나타나야 함을 강조한다. 이 교훈은 우리가 재물을 다루는 방식이 하나님의 나라와 그 가치에 대한 충성을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하나님과 세상 재물 사이에서의 선택: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말씀을 통해, 예수는 하나님과 세상 재물 사이에서의 충돌과 선택을 강조한다. 이 구절은 신자들에게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모든 결정에서 그분을 우선시하도록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