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로마서 저술 주장
바울은 로마서를 자신이 직접 저술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로마서 1:1), 지금까지 이에 대한 심각한 반론은 제기되지 않았다. 고대의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 바울은 그의 서신을 대필자나 서기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 로마서의 경우, 바울의 서기 더디오(Tertius, 테르투스)가 실제로 글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로마서 16:22), 이는 갈라디아서나 고린도전서에서도 바울의 서기 사용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서의 문체는 다른 서신들과 매우 유사하여, 바울이 실제로 내용을 구술하고 더디가 이를 충실히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로마서 작성의 배경
바울이 로마서를 저술한 시기는 그의 제3차 전도 여행을 마무리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시점으로 추정된다(사도행전 20:3-6). 이 시기는 바울이 동지중해 지역에서 교회들을 세운 지 약 25년이 흐른 후로, 그는 이제 그동안 세운 교회들의 대표자들을 예루살렘으로 데려가려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로마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바울이 유대인과 이방인 신자들 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통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모금 활동과 교회 간의 연결
바울은 그의 서신들에서 반복적으로 모금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로마서에서도 바울은 이방인 교회들에서 모은 헌금을 예루살렘의 성도들에게 전달하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로마서 15:22-29). 이러한 모금 활동은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을 넘어, 유대 지방의 가난한 기독교인들과 이방인 교회들 간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울은 이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로마서의 중요성과 바울의 전략
로마서는 바울의 전도 사역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나타낸다. 그는 동지중해 지역에서 교회를 세운 후, 이제 그 성과를 예루살렘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바울이 유대인과 이방인 신자들 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하나님의 한 백성으로서의 공동체를 확립하려는 의도와 일치한다. 로마는 그의 여정에서 중요한 중간 기착지로, 바울은 이곳을 단순한 방문 장소로 보지 않고, 그의 사역의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거점으로 삼았다.
로마서의 저술 장소와 시기
바울이 로마서를 저술한 장소는 고린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바울이 로마 교인들에게 고린도 출신의 한 여인 베레아를 소개하고(로마서 16:1-2), 그의 집주인 가이오가 로마 교회에 인사를 전하는 내용에서 추론할 수 있다(로마서 16:23). 고린도에서의 바울의 체류는 그의 전도 활동 계획과 로마서의 저술 시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따라서 로마서는 아마도 서기 더디오의 도움을 받아 고린도에서 작성되었을 것이며, 이는 대략 서기 57년경으로 추정된다.
결론: 바울과 로마서의 역사적 의의
바울의 로마서는 초대 교회 내에서 유대인과 이방인 신자들 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통합하려는 중요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그의 모금 활동과 교회 설립 노력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신앙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로마서는 이러한 바울의 전략과 사역의 결실을 담은 중요한 신학적 문서로, 초대 교회의 역사와 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바울의 서신 중 로마서는 그의 전도 사역과 교회 설립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였으며, 이를 통해 초대 교회는 하나님의 한 백성으로서 더욱 굳건히 뭉칠 수 있었다. 로마서는 단순한 신학적 논의를 넘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바울의 깊은 신앙과 전략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